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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의 음식과 태아건강




“엄마, 난 왜 오드리 보다 자주 아픈 거예요?” 어느 날 큰 딸 한나가 물었다. 동생 오드리는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한나는 감염됐다. “오, 얘야, 엄마도 모르겠구나”라고 나는 말했다. “곧 괜찮아질 거야.” 나는 한나가 타월로 몸을 닦는 걸 도와주고 목욕 가운 벨트를 매주었다. 하지만 그 후 몇 주 동안 한나의 질문은 나를 괴롭혔다. 왜 한나는 오드리 보다 자주 아픈 걸까? 운이 나빠서? 유전자 때문에? 아니면 생각하기도 싫지만 자궁 안에서 그 아이가 경험했던 것이 동생과 달랐기(나빴기)때문에?

 

한나는 태어날 때 겨우 2.3kg이었다. 게다가 임신 중 내 배가 더 이상 커지지 않아서 초음파 검사를 했고, 그 결과 아이가 너무 마른 상태였기 때문에 8개월 만에 유도분만을 해야 했다. 의사들은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을 ‘부당 경량아’라고 부른다. 나는 과거를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나를 가졌을 때 나는 내내 메스꺼움을 느꼈다. 출산전에 복용하던 비타민을 토했고, 아침은 팬케이크로, 점심은 토스트로, 저녁은 레몬 버터 파스타(혹은 아침보다 많은 양의 팬케이크)로 때웠다. 오드리를 가졌을 때는 컨디션이 좋았다. 그래서 비타민과 건강한 음식을 섭취했다. 요거트, 통곡류, 채소, 풀을 먹인 고기, 수은이 없는 생선 같은 것들 말이다. 현재 한나는 아홉 살이고 주근깨가 많은 사랑스러운 아이라는 걸 먼저 말해두고 싶다. 그녀는 <마틸다>와 <비밀의 정원>을 좋아하며, 독서를 하지 않을 때에는 쉬지 않고 옆재주넘기를 한다. 하지만 동생보다 더 자주 아프다.

 

그리고 나는 그것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자궁 안에 있을 때 내가 제공한 형편없는 잠자리와 식사가 그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겪고 있는 일들의 원인인 걸까? 이성적으로는 그런 죄책감을 느끼는 게 좋지 않다는 걸 안다. 그러나 현재 과학 분야에서 가장 흥미로운 미개척 분야는 태아 기원(fetal origins)-건강과 질병의 발달 기원-이다. 이것은 수정과 출산 사이에 일어난 일이 평생 동안 우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연구다. 지난 몇 십 년 동안 실시된 연구결과는 놀랍다. 이런 연구들은 임신부가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아이가 비만, 당뇨, 심장병, 알레르기, 천식 등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높아지는지를 보여준다. 산모의 기분은 아이의 우울증과 불안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엄마가 호흡하는 공기와 우연히 접하는 화학 물질이 태어날 아들의 페니스 요도구(소변의 출구) 위치 같은 해부학적으로 아주 사적인 부분들을 결정짓는다. 몇 가지 예로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자.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PTSD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PTSD를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태어난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이것은 임신 중 스트레스가 그 원인이라는 의미다).

 *임신 중 심각한 영양실조나 급성 스트레스(예를 들어 전쟁 같은)를 겪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청년기에 정신분열증 진단을 받을 확률이 높다.

 

 *위절제술 같은 비만 억제 수술을 받은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수술 받기 전 훨씬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던 엄마에게서 태어난 형 누나보다 나이 들어 비만에 걸릴 확률이 훨씬 적다.

 *임신 후반부가 돼서야 엽산 보충제를 섭취하거나, 흡연을 하거나 매연을 많이 들이마신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알레르기와 천식에 걸릴 확률이 높다.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들은 훨씬 흥미진진하다. 왜냐하면 그들의 식단을 통제하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한 그룹의 임신부들에게는 남자 대학생들처럼 피자와 맥주를 게걸스럽게 먹도록 하고, 다른 그룹의 임신부들에게는 엄격하게 위청소를 하는 것처럼 소량의 음식만 먹도록 강요할 수는 없지 않은가). 특별한 식단(DNA 프로그래밍에 포함된 화학물질인 메틸도너(methyl donor)라는 영양 보조제가 잔뜩 들어 있는)을 먹인 뚱뚱한 노란 쥐들은 마른 갈색 쥐를 낳았는데, 바뀐 것은 쥐들의 겉모습만이 아니었다. 메틸도너가 가득 든 식단은 지방과 노란 유전자를 차단하고, 당뇨와 암에 걸리기 쉬운 소인도 상쇄시키는 등 쥐의 DNA가 스스로 다른 식으로 표현되도록 만들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연구원들이 임신한 쥐들과 수유를 하는 쥐들에게 두 가지 다른 식단을 무제한으로 먹게 했다. 한 가지는 설치류가 일반적으로 먹는 먹이였고, 다른 한 가지에는 설치류의 먹이에 실제 인간이 먹는 정크 푸드(예를 들어 감자 칩, 젤리 도넛, 초콜릿칩 머핀 같은 것들)를 첨가했다. 출산 3주 후에 연구원들은 모든 새끼 쥐들에게 마음대로 먹게 했다. 정크 푸드를 먹었던 엄마 쥐에게서 태어난 새끼들은 건강에 나쁜 음식을 훨씬 많이 먹었다. 이들은 설치류 식단만 먹은 엄마 쥐에게서 태어난 새끼들 보다 95% 이상 많이 먹었다.

 

이런 데이터들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완벽한 기생충 가설(태아가 엄마로부터 자신이 필요한 것 이외엔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는 이론)을 반박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이런 완벽한 기생충 가설에 따르면 임신한 여성들은 아무 거나(박하사탕이나 상추(혹은 내 경우처럼 팬케이크, 토스트, 파스타)만 먹는 식으로)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겨졌다. 태아의 몸과 뇌는 엄마로부터 필요한 성분만 훔쳐오기 때문에 DNA에 의해 계획대로 형성될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런 사람의 믿음에 급속도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1961년에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의사들이 임신 중 탈리도마이드(진정제, 수면제)를 복용한 여성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후 의사들은 유산을 막는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물인 디에틸스틸 베스트롤(DES, diethylstil bestrol)의 피해를 지적했다. DES의 영향은 천천히 드러나기 때문에 알기 힘들었고 그래서 더욱 불안했지만, 그것을 복용한 여성들의 10대 딸들이 자궁암에 걸릴 확률은 더 높았다. 그러다 1986년 영국의 전염병 학자인 데이비드 바커 박사가 성인기의 심장병과 출생시 저체중(혹은 그가 명망 있는 잡지인 <The Lancet>에 썼던 것처럼 ‘출생 전과 출생 직후의 영양공급 상태’)의 연관성을 지적함으로써 결정타를 날렸다. 태아는 완벽한 기생충이 아니었다. 실제론 그 반대였다. 애니 머피 폴은 <기원: 세상에 태어나기 전 9개월이 우리의 나머지 삶을 어떻게 결정하는가>라는 책에서 “임신은 탄생이라는 빅 이벤트를 위한 9개월간의 기다림이 아니라 그 자체로 중요한 시기다”라고 썼다. 자궁에서 보낸 시간 동안 우리가 겪은 특별한 경험이 평생 동안 우리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임신부가 아이의 건강을 최적화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아직은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힘들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들에 따르면 브로콜리, 방울 다다기 양배추, 그 외의 겨자 십자화과 등을 먹으면 유아의 암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녹차도 같은 효과가 있다. 운동을 한 엄마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심박수가 낮고 심박수를 쉽게 바꿀 수 있다. 즉, 임신 중 심장 혈관의 건강이 아이의 심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놀랍게도 적당한 스트레스는 태아의 뇌에 좋을 수 있다. 스스로를 약간 불안하다고(일하는 임신부들에게 일상적인 상황) 표현한 산모의 아이들은 두 살 때 운동 능력과 인지 발달상태가 더 뛰어났다. 생선은 필수다. 덴마크 어린이 2만 5천 명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는 임신 중 엄마의 생선 섭취와 보다 양호한 유아 발달이 연관이 있음을 보여준다.

 

임신은 과학이 아니다. 그러나 데이브와 라나 애스프리(각각 항노화 비영리 단체의 대표와 내과&응급의학 박사)는 널리 인정받고 있는 의학적 사고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태아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넓히려고 노력해왔다. 두 번의 임신 중 첫 임신을 준비하던 2005 년부터 라나와 그녀의 남편은 의학 잡지들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두 사람이 생각하기에 태아 발달에 도움이 될 만한 모든 것을 먹었고, 해가 될 만한 모든 것을 피했다. 그녀는 가수분해된 콜라겐(튼튼한 뼈, 연골, 힘줄, 인대에 좋은)과 유장 단백질(아미노산 섭취를 위해)로 만든 스무디를 마셨다. 그리고 당분이 적은 녹색 채소(미량 원소를 위해), 코코넛 오일(천연 항균제이자 심장병과 암을 예방해주는 것으로 알려진), 건강에 좋은 포화지방(아기의 호르몬과 뇌 형성을 위해)을 듬뿍 먹었다.

 

그녀는 하루에 평균 4~6개의 달걀 노른자(뇌 발달을 도와주고 선천성 기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콜린(choline, 동식물의 레시틴 속에 있는 비타민 B 복합체) 섭취를 위해)를 먹었고, 여기에 매일 체중 11kg당 비타민 D 1,000 IU(면역조직 발달을 강화하고 건강한 뇌와 신경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를 섭취했다. 동시에 그녀는 모든 콩(여자 아이의 경우 성조숙증, 사내 아이의 경우 작은 고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에스트로겐을 닮은 혼합물이 함유되어 있다), 오메가-6 오일(지나친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생각되는), 탄 음식(심장 질환, 고혈압, 암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인공 감미료(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측되는), 글루텐(척추 기형과 덧니와 연관 있는), 커피(분만시 저체중과 연관된), 그리고 곰팡이가 있을 만한 어떤 먹을거리(곰팡이는 내분비를 방해하는 곰팡이 독을 분비한다)도 피했다.

 

라나는 또한 모든 정제 설탕과 전분(심장병과 당뇨병 위험을 높이는 인슐린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겨지는) 섭취를 중단했다. 그녀는 직접 처방한 계획의 마지막 부분만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식단을 바꾸는 것은 아기에게 건강을 줄 수 있는 아주 작은 실천입니다.” 그녀는 그것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냈다고 믿는다. “우리 산파는 어느 나이대의 여성에게서도 저만큼 건강한 임신 조직을 본 적이 없다고 하더군요. 제가 젊은 엄마가 아니었는데도 말이에요.” 라나는 임신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았고, 서른아홉 살과 마흔한 살에 두 아이를 낳았다. 흥미롭게도 산부인과 의사들 중 그녀의 방법을 추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 힘들다. 우리는 마에스트로가 관현악단을 지휘하듯 여성이 자신의 임신을 지휘할 만큼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다. 아직은 식단, 운동, 그리고 헤파 필터(HEPA Fiter, 고성능 미립자 공기 여과기) 등을 이용해 아이를 최적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작년에 영국 사우스햄튼 대학의 전염병&인간 발달학과 교수인 키스 고프리 박사와 그의 동료들은 임신 중 산모의 식단이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두고두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그들은 산모가 무엇을 먹었는지를 바탕으로 자녀의 비만 성향을 결정짓는 인간 게놈의 구체적인 부분을 찾아냈다. 이것은 유전학과 짝을 이루는, DNA가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인 후생학 분야에서 오랫동안 기다려온 쾌거였다. 가까운 미래에 우리는 훨씬 많은 이런 지렛대들을 끌어당기는 방법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지금으로선 여성들이 담당 산부인과 의사들로부터 받은 이미 검증된 영양학적인 조언을 보다 철저히 따르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과일과 채소를 골고루 먹어라. 출산 전 먹는 비타민을 복용하라. 담배를 피우지 말고 술을 마시지 말라. 가공 식품은 피하라.

 

“우리는 절대적으로 가장 건강에 좋은 식단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아주 조금밖에 알지 못합니다. 그래도 이미 알고 있는 정보들은 여전히 따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강 전문가들은 임신부들에게 건강에 좋은 다양한 식품들을 섭취하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런 충고가 우선순위에서 상당히 뒤로 밀리는 게 현실입니다”라고 고프리는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아이를 효율적인 ‘기생충’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태아가 자신의 발육에 필요한 것을 엄마로부터 가져가기 때문에 엄마가 무엇을 먹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엄마가 무엇을 먹는지가 아주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아주 중요하다. 평생 동안 말이다.


출처: http://navercast.naver.com/magazine_contents.nhn?rid=1098&contents_id=13406&leaf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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